『텅 빈 나라』는 겉으로는 건재해 보이지만 내부의 원칙과 책임이 무너져 내리는 국가에 관한 이야기다.
도시는 화려하다. 세계적인 기업과 첨단 기술이 있고, 거리에는 높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문화와 예술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국민들은 여전히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국가의 겉모습이 화려하다고 해서 그 안까지 건강한 것은 아니다.
거대한 나무가 겉으로는 푸른 잎을 달고 서 있어도, 속에서부터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고 있다면
어느 날 작은 바람에도 쓰러질 수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바로 그러한 위기 앞에 서 있다.
선거 제도에 대한 불신,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권력기관의 책임 회피,
경제적 불안, 부동산과 가계 부채의 압박, 외교적 고립에 대한 우려,
국방과 안보 체계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쌓이고 있다.
각각의 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뿌리는 하나다.
대한민국은 이제 진영의 언어를 넘어 법과 원칙의 언어로 돌아가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제거하려는 싸움에만 몰두한다면, 결국 승자는 없고 폐허만 남을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상대 진영의 몰락이 아니다.
믿을 수 있는 선거 제도, 정직한 공직 사회, 안전한 국방, 안정된 경제, 책임지는 정치다.
불이 아니라 물이 필요한 때
텅 빈 나무를 살리기 위해 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불은 분노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남아 있는 생명까지 태워버린다.
나무를 살리는 것은 물이다.
천천히 뿌리로 스며들어 메마른 흙을 적시고,
상처 입은 나무가 다시 싹을 틔우도록 만드는 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물은 진실이다.
투명한 조사다.
책임 있는 처벌이다.
제도의 개혁이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최소한의 신뢰와 절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절망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위기는 잘못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누가 나라를 망쳤는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라를 다시 세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의 몰락을 바라는 마음보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국가를 재건하려는 의지가 앞서야 한다.
다시 채워야 할 대한민국
우리의 부모 세대는 전쟁과 가난을 견디며 나라를 세웠다. 산업화를 이루었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나라가 겉만 화려하고 속은 텅 빈 껍데기라면,
우리는 역사 앞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아직 늦지 않았다.
국민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창의적이며 강하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
제도가 흔들리고 권력이 타락할 수는 있어도, 국민의 양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붉은 카르텔』을 쓰며 권력 내부의 부패를 경고했다.
그리고 『텅 빈 나라』를 쓰며 국가의 내부가 서서히 비어가는 모습을 기록하려 했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결말은 대한민국의 붕괴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재건이다.
이제 우리는 분노를 넘어 사실을 밝혀야 한다.
비난을 넘어 제도를 고쳐야 한다.
갈등을 넘어 나라를 다시 채워야 한다.
텅 빈 나라를 진실로 채우고, 정의로 채우고, 책임과 희망으로 채우는 일.
그것은 정치인이나 공무원만의 의무가 아니다.
나의 의무이며, 여러분의 의무이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의무다.
텅 빈 나무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뿌리가 아직 살아 있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