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제조 현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가운데, 기계가 따라잡지 못하는 정밀 수작업 기술을 보유한 '명장'들이 산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산업용 로봇이 공장 자동화를 빠르게 앞당기면서, 역설적으로 기계가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의 손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십 년의 경험으로 단련된 '명장(名匠)'들의 1밀리미터 단위 정밀 기술이 AI 시대의 보완재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제조 현장에서는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소재의 미세한 물성 차이를 감지하거나, 비정형 형태의 부품을 오차 없이 다듬는 공정 등 고도의 감각적 판단이 요구되는 작업에서는 여전히 숙련된 인간 기술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명장들은 이러한 '아날로그 정밀성'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들은 수십 년의 반복 훈련을 통해 손의 감각만으로 1밀리미터 이하의 오차를 교정하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같은 역량은 현재의 AI 기술로는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왜 중요한가

AI와 자동화의 확산은 많은 직군에서 인력 대체 우려를 낳고 있지만, 명장급 숙련 기능인은 오히려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추세다. 자동화 설비가 보편화될수록, 그 설비로 처리하기 어려운 예외적·고난도 공정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수요는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반도체·항공우주·방산·정밀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최종 마무리 공정의 정밀도가 제품 품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명장 수준의 숙련 기술자 한 명이 생산라인 전체의 불량률을 낮추는 핵심 역할을 맡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기술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수하고 디지털 데이터로 보존하느냐는 문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명장 다수가 고령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기술 단절을 막기 위한 체계적 아카이빙과 교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쟁점

명장 기술의 가치가 재부각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젊은 세대가 오랜 수련 기간이 필요한 숙련 기능직에 선뜻 진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여전하다. 고졸 기능직에 대한 사회적 처우와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명장 계보를 잇는 인재 양성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AI와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숙련 기술자' 모델이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AI가 대량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정 최적값을 제안하면, 명장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미세 조정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숙련 기능인의 역할이 단순 대체가 아닌 고도화된 의사결정자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음에 볼 것

정부와 산업계가 명장 인증 제도를 어떻게 확대·개편하는지, 그리고 숙련 기능인을 AI 도구와 연계하는 구체적 협업 모델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 어떻게 정착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또한 기술 전수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젊은 기능인 유입을 위한 처우 개선 논의의 향방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리즈는 AI 시대 속 명장의 위치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는 연속 기획의 첫 번째 편으로, 후속 보도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정책 방향이 추가로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