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이 1970년대 진행한 '가짜 환자' 실험이 반세기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정상인들이 단순한 연기만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오진 진단을 받은 사건의 전말과 그 이후 논쟁을 추적한 신간이 출간됐다.
정신의학이 정상과 비정상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실험이 반세기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이 1970년대 진행한 '가짜 환자' 실험의 전말과 그 이후 논쟁을 추적한 책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가 출간되면서다.
무슨 일이 있었나
1970년대 초, 로젠한은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정상인 8명을 모아 정신병원에 잠입시켰다. 이들은 단 한 가지만 호소했다. '환청이 들린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료받은 병원 모두가 이들을 정신병자로 오진했다. 평균 20여 일간 정신병동에 수감된 가짜 환자들은 수천 개의 약을 투약받았고, 조현병이나 조현정동장애 같은 진단명을 받았다.
로젠한 자신도 실험에 참여했다. 그는 '조현정동장애 유형의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했지만, 증세가 완화되었다며 10일 만에 퇴원했다. 입원 중 이들은 법적 조언, 환자 돕기, 글쓰기 등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을 했지만, 의사들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1971년 1월, 로젠한은 이 실험 결과를 '사이언스'에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On being sane in insane place)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정신의학계는 크게 분노했다.
왜 중요한가
이 실험은 정신의학의 진단 체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정상인이 단순한 증상 호소만으로 정신병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것은, 정신의학이 객관적 기준 없이 주관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뜻이었다. 실험 이후 정신의학계는 진단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입원 환자들이 느낀 '극도의 자아 상실'도 중요한 발견이었다. 가짜 환자들은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존재이거나 고려할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느꼈다. 이는 정신병원의 인권 문제를 드러낸 것이었다.
쟁점
그런데 최근 추적 조사에서 로젠한 실험의 기록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한 정신병원은 로젠한에게 '가짜 환자와 진짜 환자를 구분해보겠다'고 제안했고, 로젠한이 이를 받아들여 100명의 가짜 환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병원은 100명 중 91명의 가짜 환자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로젠한의 기록에 따르면 실제로는 아무도 그 병원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로젠한이 논문에 선택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하고 일부를 삭제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9번째 가짜 환자의 사례도 논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실험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다음에 볼 것
로젠한 실험의 기록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신의학이 정상과 비정상을 가려낼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신의학계는 이 실험을 통해 진단 기준을 개선했지만,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향후 정신의학이 어떻게 더욱 객관적이고 인도적인 진단 체계를 구축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