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미국-이란 전쟁 50일째, 2차 직접 협상이 회담 형식을 둘러싼 기싸움에 좌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보다 항복 연출을 우선시하는 거래 방식으로 협상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2차 직접 협상이 회담 형식을 둘러싼 기싸움에 발목을 잡혔다. 이란 전쟁이 개전 50일을 넘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보다 항복에 가까운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거래 방식으로 협상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미국-이란 평화 회담은 단 하루 만에 결렬됐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직접 참석했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요구와 농축 우라늄 포기 거부로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협상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8시간이나 비행해 아무것도 아닌 대화를 하러 가지 않겠다"고 말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 트루스소셜에는 "우리가 모든 패를 쥐고 있다. 그들이 원하면 언제든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를 평가절하하며 "내부 분란과 혼란이 극심해 누가 책임자인지 본인들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란이 종이 한 장을 줬지만, 내용이 충분하지 않았다. 취소하자 10분 만에 훨씬 나은 문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장관 아락치는 자신의 X 계정에 "미국이 외교에 진지한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카에이는 "이란과 미국 사이 회담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향후 이란의 입장은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왜 중요한가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결렬을 협상력을 과시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특사가 18시간을 날아가 매달리는 그림 대신, 이란이 10분 만에 새 제안을 들이미는 구도로 바꾼 것이다.

협상 채널을 직접 대면에서 전화 통화로 낮춘 것 역시 미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 승인 없이는 어떤 배도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들 수 없다며 "이란이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꽉 잠굴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도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P·NORC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떨어졌고, NBC뉴스 조사에서는 취임 후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 경제 운영 지지율은 29%, 인플레이션 대응 지지율은 28%까지 주저앉았다.

쟁점

1차 협상 결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완전 포기 문제다. 미국은 이를 최대 전쟁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란은 핵 주권을 지키려 한다.

둘째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다. 이는 전쟁 시작 후 새롭게 부상한 의제로,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이란의 해협 통제권 요구가 맞서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도 갈등이 심하다.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으며, 굴욕적 협상안을 받아들일 경우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보 수위를 놓고 이란 내부 책임 회피와 강경파 견제가 커진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은 한편으로 호르무즈 역봉쇄를,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분노'라 불리는 초강력 제재 복합 패키지를 준비했다. 이란 중앙은행 자산 동결, 원유 수출 전면 차단, 스위프트(SWIFT) 국제결제망 배제, 제3국 기업에 대한 2차 제재까지 포함된 전방위 압박이다.

다음에 볼 것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 마수드 칸은 워싱턴포스트에 "호르무즈를 둘러싼 양측의 쌍둥이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2차 협상 돌파구는 마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과 외교가는 이미 2차 협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한 번의 결렬이 곧바로 전면전 확대로 이어지지 않은 점에서 협상의 틀 자체는 살아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양측의 목표가 교차하지 못하는 한, 협상은 또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