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의 희생이 아디스아바바 트리니티 성당에 새겨져 있다. 잊혀져 가는 이들의 헌신을 되새기며, 한·에티오피아 우정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본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트리니티 성당(Holy Trinity Cathedral)이 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상징적 성소이자 황실 묘역인 이 성당 한편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병사들, 이른바 '강뉴부대(Kagnew Battalion)'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서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기억이 돌 위에 조용히 남아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강뉴부대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유엔군의 일원으로 파병된 에티오피아 군인들로 구성된 부대다. 당시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결단으로 파병이 이루어졌으며, 전쟁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병력이 교체되며 한반도에서 싸웠다. '강뉴(Kagnew)'는 암하라어로 '혼돈을 제압하다'는 뜻을 가진다.
이들은 치열한 전투에 참가했으며, 특히 용맹한 전투력으로 유엔군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수십 명의 에티오피아 병사가 한국 땅에서 전사했고, 부상자도 상당수였다. 트리니티 성당에는 이 전쟁에서 희생된 에티오피아 용사들을 기리는 기념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들의 이름이 각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중요한가
한국전쟁은 흔히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린다. 그런데 참전국 가운데 에티오피아는 한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우방국 중 하나다. 미국, 영국, 터키 등 주요 참전국에 비해 에티오피아의 기여는 대중적 기억에서 흐릿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트리니티 성당의 기념비는 이 역사가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 한복판의 가장 신성한 공간에 참전 용사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은, 국가 차원의 공식적 추모이자 집단 기억의 보존이다. 한국과 에티오피아 사이의 혈맹 관계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닌 실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상기시켜 준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로부터 7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시점이다. 참전 용사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는 지금, 이들의 기억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는 한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쟁점
강뉴부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기억의 불균형'이다. 에티오피아 측은 성당 기념비 등을 통해 자국 참전 용사들을 공식적으로 기리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의 역사는 교과서나 공식 기념 행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에티오피아는 군부 쿠데타와 내전을 겪으며 혼란한 역사를 걸었다.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1974년 축출되면서 강뉴부대 파병 결정을 내린 지도자에 대한 에티오피아 내부의 평가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은 양국이 공동의 기억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다음에 볼 것
트리니티 성당의 기념비가 환기하는 질문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가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소규모 참전국들의 희생을 어떤 방식으로 기념하고 교류를 이어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국 간 외교·문화 교류 사업이나 참전 용사 후손 초청 프로그램 등의 움직임이 있는지도 확인할 대목이다.
기억은 방치하면 사라진다. 트리니티 성당의 돌에 새겨진 이름들이 살아 있는 역사로 남으려면,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